발톱을 깎으며

차승진

 

발톱을 깎는다.

온 몸을 운반해주는 친절한

하인 같은 듬직한 발.

 

그 발을 지켜주는 열개의 발가락

무심코 바라보는 웃자란 발톱

대개 묻힌 것들은 잊혀지게 마련이다.

 

명절에 한 번가는 옛날 동네 목욕탕처럼

나는 큰 맘 먹고 웃자란 발톱을 깎는다.

 

말 못할 비밀을 고해성사 하듯

오늘 밤 나는 발톱을 깎으며 먼 길 떠나는,

여행객처럼 비장한 각오로 몸의

가장 끝부분을 단장丹粧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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