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앨범을 넘기며

- 차승진 -

 

늦은밤 티브이를 보다가

아내의 누워있는 옆모습이

애련하게 스치운다

 

계절은 말없이 와서 앞서간 풍경을

스르르 바꿔 놓는데

 

걷어찬 이불을 다시 끌어 덮는

가늠하지 못하는 마음의 중심이

기울어 질 때

 

문득 흘러간 유행가를 부르듯

그 때가 궁금해 슬며시 추억의

앨범을 끄집어 낸다

 

아이들이 거처한 방안엔 묵혀둔

시간의 내음이 은은하고

 

벽시계는 저홀로 빈방을 지킨다

 

여러번 이사를 하면서 용케

자리를 채운 빛바랜 앨범들이

통장에 잔고처럼 든든하게

남아있는데...

 

오래된 사진속엔

신부와 신랑이 신혼여행지에서

어색한 풍경에 어우러진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내가

먼 기적소리에 한 세월이 가듯

 

대보름 한가위처럼

풍성한 가족을 이루었어요

 

오래 참아온 세월의 쓸쓸함을

찬물로 헹구며 옥상에 하얀빨래를

널던 그대가

 

이 밤에 왜 그리 고와 보이는지요

흐를 듯 흐르지 않는,

 

깊은 곳 어디에서 맑은 물소리가

눈물처럼 아득합니다

 

 

 

 
 

 

저작권자 © 영남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